리니지 로데마이 서버 연대기 (5편) - 마지막 공성전, 그리고 또 다른 시작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리니지 로데마이 서버 연대기 (5편)
마지막 공성전, 단 한 명이 서버 역사를 바꿨다
K-FantasyDream
단순한 게임이 아닌, 인생의 한 챕터
리니지를 처음 시작했을 땐 몰랐다. 이 세계가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될 줄은.
하루 9시간 이상씩 사냥에만 몰두하던 시절. 서버 최고 레벨을 향해 달리던 무명 형님은 52 레벨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나 역시 그 뒤를 조용히, 그러나 악착같이 따라가고 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했냐고? 단 하나. 지존 무기, +9 수정완드. 그리고 52 레벨에만 가능한 데스나이트 변신. 그걸 손에 넣고 싶었다. 그 순간을, 직접 증명하고 싶었다.
축하와 이별, 그리고 남겨진 자들
두 달 후. 무명 형님이 먼저 52레벨을 달성했다. 그리고 며칠 뒤, 나도 그 벽을 넘었다. 혈맹원들이 축하해 줬다. 박수가 쏟아졌고, 귓속말이 빗발쳤다.
하지만 그 무렵, 늘 함께였던 ‘너의바램’ 팀은 군 입대를 하며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현실은 항상 로그아웃보다 먼저 찾아오니까.
혈맹은 50명 남짓으로 줄어들었지만, 서로를 더 단단히 붙잡게 됐다.
자진 반납을 앞둔 기란성, 그러나...
기란성을 점령한 지 수 주. 우리는 점점 그 무게를 실감하고 있었다.
“형, 이제 성 유지하는 거 의미 없지 않아요?”
회의에서 누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럿이 고개를 끄덕였다.
논의 끝에, 우리는 성을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하고 2일 후 예정된 수성전만 마무리하자고 했다.
하필이면, 그날은 어머니 생신이었다. 나는 수성전 대신 가족과의 식사를 택했다. 지유에게 모든 걸 맡긴 채.
저녁 식사 도중, 전화가 울렸다. 지유였다.
기습
예상은 적중했다.
불패혈과 레드혈이 연합해 100명이 넘는 병력을 이끌고 쳐들어왔다. 지유의 목소리는 흔들렸지만, 보고는 명확했다.
“막을 수 없어요. 형, 우리... 무너졌어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전투 중지. 피해 최소화에 집중해.”
성문은 열렸고, 기란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성을 빼앗긴 밤, 침묵만이 남았다
밤 10시. 사무실 문을 열자 혈맹원들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누구도 모니터를 끄지 않았고, 누구도 키보드에 손을 대지 않았다.
성은 애초에 반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내려놓는 것과 강제로 빼앗기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 밤의 침묵은, 단순한 패배 그 이상이었다.
"군주 캐릭터와 나, 단둘이 간다"
나는 입을 열었다.
"2일 후, 공성 시간. 나랑 군주 캐릭터. 단둘이 성으로 간다."
“형 미쳤어요?” “혼자서 뭘 어쩌려고요.”
만류가 쏟아졌지만, 내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딱 두 명이면 돼. 복수 아냐. 기록이야.”
혼자 시작한 전쟁
공성 당일.
군주 캐릭터 '마왕'으로 공성을 선포하고, 나는 혼자 기란성 앞에 섰다.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성문은 미리 약속해 둔 아군 기사 둘이 부쉈고, 나는 드디어 +9 수정완드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테이밍해 둔 데스나이트와 피닉스를 동시에 소환했다.
전장을 불태운 단 한 명
에볼루션으로 바리케이드를 녹이고, 파이어볼로 틈을 벌리고, 미티어 스트라이크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나는 전장을 뛰지 않았다.
걸었다.
걸으면서 마법을 쏘았다. 데스나이트가 전방을 쓸고, 피닉스가 후방을 막았다.
그 앞에 있던 모든 적은 단 한 번도 내게 닿지 못했다.
"지옥혈이 기란성을 점령하였습니다."
마지막 내성문 앞. 모두가 마지막이라던 그곳도 뚫렸다.
군주 캐릭터가 면류관을 클릭했다.
서버 전체 메시지가 떴다.
"지옥혈이 기란성을 점령하였습니다."
적혈은 더 이상 공격하지 않았다.
플레이포럼 조아라 기자는 그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했고, 그 순간, 나는 모든 유저에게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끝과 시작
그날 이후, 우리는 마지막 회의를 열었다.
공식적으로 성을 포기했고, 공지를 통해 서버 전체에 우리의 은퇴를 알렸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현실에서의 전쟁
리니지는 끝났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게임에서 함께한 동료들에게 말했다.
“이제 현실에서 싸울 시간이다. 외국어든, 메이크업이든, 유통이든, 뭐든 해. 이제 너희가 진짜 회사의 기반이야.”
그들은 웃었고, 나는 알았다.
이 친구들과 함께, 진짜 성 하나를 세울 수 있겠다는 걸.
그 이름은, SW 엔터테인먼트.
리니지는 로그아웃됐고, 현실이 로그인되었다.
— SW ENT 세계관 1편에서 계속됩니다.
© 선우아빠. All rights reserved.
본 콘텐츠는 창작자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 및 배포할 수 없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