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퐁에서 만난 운명, 그리고 하노이 콘서트를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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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ENT 세계관 28편 – 하노이 공연 전, 하이퐁에서 보낸 짧은 휴식
※ 이 콘텐츠는 창작자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구성된 《SW ENT》 세계관 내 가상 시뮬레이션 서사로, 실제 시스템이나 운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하노이 공연을 앞두고 떠난 작은 여정
2024년 SW 전 세계 주요 도시 콘서트의 세 번째 무대는 베트남 하노이였다.
팻코 파크와 런던 공연에 이어 고조된 열기 속에서 나는 공연 직전 일주일간 시간을 내어 가족이 있는 하이퐁으로 향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자세히 이야기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 삶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 중 하나였던 그 시절을 되짚고 싶었다.
나는 2015년, 베트남인 아내 아잉과 결혼했다.
그리고 결혼 4년 만에 어렵게 얻은 아들이 지금 내 삶의 중심이 되어 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2014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한마디로 시작된 인연
당시 친구 한 명이 베트남 처가댁에 간다는 말을 들었고,
나는 농담처럼 “나도 같이 가면 안 돼?”라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의 베트남인 아내가 진지하게 “좋지, 빨리 비행기표 예약해요”라고 재촉했다.
처음에는 그냥 던진 말이었지만, 그렇게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빈말처럼 보이기 싫었다.
마침 구정 연휴와 겹쳐 시간도 넉넉했고, 베트남을 경험해 본 적도 없었던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동행을 결정했다.
단순한 호기심과 가벼운 결심으로 떠난 이 여행이,
앞으로 내 인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줄은 당시의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처음 만난 도시, 하이퐁의 첫인상
친구의 아내 가족이 사는 곳은 베트남 북부 하이퐁이라는 도시였다.
수도 하노이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의 항구 도시이며, 인천공항에서 하루 한 편씩 직항이 있다.
한국으로 치면 인천 같은 느낌의 도시였다.
우리는 아침 7시 15분 인천공항발 베트남항공 직항 편에 올랐다.
4시간 30분 후, 현지 시각 오전 9시 45분, 하이퐁에 도착했다.
한국보다 두 시간 느린 시차 덕분에 시간을 되돌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졌다.
한국은 한겨울이었지만 하이퐁은 늦가을처럼 선선했고, 바람은 가볍게 스쳤다.
내가 입고 온 두꺼운 패딩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졌다.
공항은 크진 않았지만 정돈된 인상을 줬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입국 심사관들이 군 제복을 입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단정하고 엄격한 분위기가 처음엔 조금 낯설었다.
동시에 이곳이 나와는 전혀 다른 문화와 삶의 방식을 가진 공간임을 실감하게 했다.
바닷가 마을에서의 따뜻한 환영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오자 친구의 처남이 마중 나와 있었다.
우리는 그의 차를 타고 약 1시간 거리의 광닌성 경계 인근 바닷가 마을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시골의 정취와 바다의 습기가 함께 어우러져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골목 사이로 보이는 야자수와 집 앞을 지나는 오토바이들,
낯선 듯 익숙한 풍경이 처음이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놓이는 장소였다.
그날 저녁은 베트남식으로 준비된 해산물 중심의 식사였다.
새우, 오징어, 주꾸미, 조개 등 내가 좋아하는 신선한 해산물들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고,
바다에서 막 잡아온 듯한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오랜만에 맥주도 한잔하고 기분 좋게 잠들었다.
한적한 아침, 그리고 운명 같은 마주침
다음 날, 아침 5시 30분.
가족들이 아직 자고 있던 시간, 나는 조용히 옷을 챙겨 입고 혼자 바닷가로 나갔다.
집에서 걸어서 1분이면 닿는 그 바다는 고요하고 안개가 살짝 내려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길목, 골목 어귀에서 한 여성을 처음 마주했다.
그녀는 아침 햇살을 등지고 조개 꾸러미를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바닷가 마을의 평범한 옷차림, 화장기 없는 얼굴,
하지만 그 순간 내 눈에는 마치 선녀처럼 보였다.
세상의 때라고는 묻지 않은 청순한 모습.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춰 섰다.
그녀도 마을에서 처음 보는 나를 의아하게 여긴 듯했지만,
내 눈을 마주치자 조용히 웃어주었다.
그 미소가 뇌리에 깊이 박혔고,
바닷가를 걷는 내내 머릿속은 온통 그녀 생각뿐이었다.
가끔 인생은 그렇게 단 한 번의 시선으로, 모든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그날, 나는 몰랐었다
그날 아침만 해도 몰랐다.
그 여인이 훗날 내 아내가 될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짧은 산책이 내 인생의 가장 커다란 전환점이 될 줄은 더더욱.
설날 연휴를 앞두고 찾은 하이퐁에서의 며칠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그날의 공기, 바다 냄새, 그리고 그녀의 미소는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세계관을 다시 떠올린다.
수많은 인연과 이야기들이 만들어낸 SW의 무대는 사실,
이런 작고 사소한 순간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 SW ENT 세계관 29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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